[대체역사] 성리학에 떡칠된 부조리한 세상 - 조선을 탈출하라

아마귀차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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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3. 23:28

  대체역사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사대주의를 정말 싫어하고, 타국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는 나라인양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걸 혐오하거든요. 그래서 대체역사물을 보면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듯한 만족감을 느낍니다. 최근에 소개해드렸던 "블랙기업조선"도 그랬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조선을 탈출하라" 역시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꽤 재밌는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사관을 갖고 있는 현재

  일제의 잔재가 정말 지독합니다. 아직까지 식민사관이니 민족사관이니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말이죠. 식민사관에 있어서 조선은 정말 작고 초라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나라가 600년이나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을까요? 통일신라는 어땠고, 고려는 어땠을까요? 주변국이 1~200년마다 주인이 바뀌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안정적인 국가였습니다. 중국에 있던 수 많은 나라들이 아무리 우리나라를 조공국이라고 해도, 함부로 쳐들어오지는 않았죠. 원나라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식민사관에는 거부감부터 듭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 : 경신대기근 이전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에 공명첩으로 양반이 늘어 세금을 걷기 힘들어진 시대상을 재밌게 그려낸 대체역사물입니다. 중간중간 내용이 꽤 생략되어있지만, 맥락상 읽어나가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현대"에서 회귀한 주인공이 꼰대같은 성리학자들을 멀리하고 사할린-미국 서부를 정복하는 이야기로 진행이됩니다.

  주인공이 조선을 탈출하려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관리들을 피해 강원도 인근의 땅을 개간하고 사람들을 모아 조선5대 상단이 되어 금력을 모으지만, 이를 그저 부의 축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자립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죠.

  "10년 남은 경신대기근"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임진왜란 이후 경술년과 신해년에 흉작+전염병+기상이후로 인해 우리나라에 극심한 대기근 시기가 도래합니다. 이 전에 풍족한 미국으로 모두를 이주시켜 주인공만의 상생할 수 있는 국가가 세워지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목표라고 보여집니다. 스페인 같은 강대국과 미 서부에서 싸우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왜에 강제 편입된 류큐국과 아이누족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번쯤은 글쓴이가 왜 그들을 넣어 상생하는 스토리를 썼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류큐왕국은 명/청 시기에 중국쪽에 조공을 바치기도 했지만, 조선과도 썩 나쁘지 않은 관계를 가진 나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를 하다보면 많이 나오는 지명인 "나하"가 있는 오키나와 일대죠. 약소국이었기 때문에 왜의 일부 번에 먹혀버리고 말았지만, 소설속에선 주인공이 뒷배가 되어주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조선에서 버렸으면 했던 성리학과 늦어버린 북학파의 대두 - 주인공으로 인한 가속화?

  서인과 남인의 쓸데없는 정치논쟁은 조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조선초기는 고려의 영향으로 불교가 나름대로 융성했고, 타학문을 무턱대고 배척하지는 않았으니 말이죠. 무분별한 양반의 증가와 성리학의 융성은 "동방예의지국"이란 타이틀은 얻게했어도 말싸움의 장이 되었다고 봅니다. 조금만 더 빨리 북학파에서 실학을 대두시켜 학문을 발전시키고, 사농공상 차별없이 발전했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강대국에 둘러쌓여 힘들 상황이 왔을까 싶습니다.

  주인공의 미래 지식은 그런 상황을 앞당기는 것으로 이전에 추천드린 "블랙기업조선"과는 신분상 차이가 존재합니다. 문종으로 환생했던 블랙기업조선은 흔히 말하는 "공밀레"를 통해 역사상 최고의 국가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고, 조선을 탈출하라는 뿌리는 조선에두지만, 홍익인간이라는 우리나라 근본 사상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가를 창조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직 문피아에서 무료로 연재중입니다만, 최근에 딱히 마음에 드는 장편이 없기 때문에 진득하게 따라가볼 생각입니다. 이상 문피아 5백만원 결재자였습니다.